경제

테슬라, 판매 부진 속 ‘체질 개선’ 승부수… 전기차 대신 AI·로봇 기업으로 거듭나나

미국 전기차의 상징인 테슬라가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공식 실적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올해 4분기(10~12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15% 감소할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시장 컨센서스(전망치)를 선제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통상 기업들이 실적 발표 당일까지 구체적인 수치를 아끼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실적 악화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사전에 잠재우고, 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분산시키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깊어지는 판매 부진의 늪과 ‘머스크 리스크’

지난 29일 테슬라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 4분기 예상 인도량은 42만 2850대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7%나 급감한 수치로, ‘테슬라 쇼크’라 불렸던 지난 2분기 감소 폭(13.5%)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연간 실적 또한 암울하다. 올해 총판매량은 164만 752대에 그치며 전년 대비 8.3% 줄어들 것으로 보여, 사실상 2년 연속 역성장이 예고된 상태다.

이러한 부진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활동하면서 이에 반발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판매량 감소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국 내 전기차 세액공제(보조금) 지급 종료 이슈까지 겹치며 수요 위축 우려를 더욱 키웠다.

경쟁사들의 추격 또한 매섭다. 특히 중국의 비야디(BYD)는 테슬라와의 판매 격차를 약 2만 대 수준까지 좁히며 턱밑까지 쫓아왔다. 업계에서는 올해 BYD가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에 등극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한 거시적 흐름 또한 테슬라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모델 S·X 단종과 경영진 이탈… 내부 불안 가중

단순한 판매 부진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것은 테슬라 내부에서 감지되는 구조적인 변화와 불안정성이다.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주력 고급 모델이었던 모델 S와 모델 X 라인업의 단종을 결정했다. 이는 테슬라가 기존의 핵심 사업이었던 완성차 제조 및 판매 비중을 축소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임원들의 잇따른 퇴사 소식까지 전해지며 내부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이 대대적인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에 리더십의 공백이 발생한다는 것은 투자자들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제조사에서 ‘AI·에너지 기업’으로의 대전환

이러한 일련의 흐름은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사’라는 껍질을 깨고 완전히 새로운 기업으로 재탄생하려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경영진은 현재 부진을 겪고 있는 전기차 판매 대신 휴머노이드 로봇, 로보택시, 그리고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등 신사업에 자본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제 테슬라를 바라보는 관점은 폭스바겐이나 포드, BYD와 경쟁하는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웨이모(알파벳)나 넥스트에라 에너지 같은 기업들과 경쟁하는 AI 및 에너지 기업으로 옮겨가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 또한 차량 판매 대수와 가격 책정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로보택시나 소프트웨어, 인프라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로 급변하고 있다.

높은 밸류에이션과 불확실한 미래

시장의 평가는 엇갈린다. 테슬라 주가는 최근 417.44달러 선에 마감하며 지난 1년간 17.3%, 3년 기준으로는 100%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가 흐름에는 테슬라의 미래 야망이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슬라가 추진 중인 신사업들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을 요구하는 동시에 고난도의 실행 능력을 필요로 한다. 핵심 자동차 사업의 기반이 흔들리고 중국 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경영진의 잦은 교체까지 겹치며 과연 테슬라가 이 거대한 전환기를 매끄럽게 통과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부호는 여전히 남아있다. 투자자들은 당분간 신사업의 확장 속도와 더불어, 기존 자동차 사업 부문이 얼마나 버텨줄 수 있을지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