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안팎으로 치열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1조 원 규모의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를 놓고 배터리 3사의 ‘2차전’이 예고되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광고 솔루션 확장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한국 기업들의 광폭 행보를 짚어본다.
‘수성이냐 탈환이냐’… ESS 중앙계약시장 2차전 개막
총사업비 1조 원에 달하는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공고가 임박하면서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입찰은 정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일환으로, 2038년까지 전국에 23기가와트(GW) 규모의 ESS를 구축하는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다. 지난 1차 입찰이 2026년 필요 물량을 대상으로 했다면, 이번 2차 입찰은 2027년에 가동될 540메가와트(MW) 규모를 놓고 겨루게 된다.
관전 포인트는 지난 1차전에서 압승을 거둔 삼성SDI의 독주가 이어질지, 아니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설욕에 성공할지 여부다. 지난 7월 1차 입찰 당시 삼성SDI는 울산 공장에서 생산한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앞세워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국내 생산 조건을 충족, 전체 8개 사업지 중 6곳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승부수를 띄웠던 LG에너지솔루션은 2곳 확보에 그쳤고, SK온은 수주에 실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변경된 평가 룰, 판세 뒤집을 변수 될까
정부는 이번 2차 입찰을 앞두고 평가 기준을 일부 개편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가격 평가 항목의 배점 조정이다. 화재 및 설비 안전성 배점이 기존보다 3점 상향되었으며, 산업·경제 기여도와 계통연계도 배점도 각각 1점씩 추가됐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게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두 회사는 이번 입찰에서 ‘국내 생산 LFP 배터리’ 카드를 꺼내 들 것으로 관측된다. LFP 배터리는 양극 소재인 리튬철인산염의 특성상 산소 방출이 적어, 열 폭주 시작 온도가 NCA 배터리보다 약 60~90도 높은 270도에 달한다. 즉, 화재 안전성 평가에서 NCA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 공장에, SK온은 서산 공장에 각각 ESS용 LFP 배터리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양산성 검증에 돌입했다. 본격적인 가동 시점이 납품 시기인 2027년과 맞물려 있어 ‘국내 생산’ 가점과 ‘안전성’ 가점을 동시에 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 삼성SDI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1차 입찰의 승리 요인이었던 NCA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우수하지만, 강화된 안전성 평가 기준 앞에서는 LFP에 비해 불리할 수 있다. 삼성SDI 역시 국내 LFP 생산 계획을 가지고 있으나, 당장 이번 입찰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여전한 ‘가격’의 벽과 다가오는 결전의 시간
평가 기준 변화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다. 가격 평가 비중이 60%에서 50%로 소폭 줄었지만, 지역별 최저가 낙찰 원칙이 적용되는 만큼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SDI가 지난 1차 입찰에서 고가의 NCA 배터리로도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막판 파격적인 가격 인하 전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2차전에서도 이러한 출혈 경쟁이 재현될지 주목된다. 전력거래소는 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말 입찰 공고를 내고, 내년 2월경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글로벌 영토 확장: 정교해지는 데이터 솔루션
국내에서 에너지 인프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글로벌 무대에서는 데이터 기반의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소식이 들려왔다. LG 애드 솔루션(LG Ad Solutions)은 최근 미국 시장 내 데이터 커버리지를 획기적으로 넓히기 위해 ‘CCR 미디어’, ‘애드임팩트(AdImpact)’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는 하드웨어 제조를 넘어 서비스와 데이터 플랫폼 영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력으로 LG 애드 솔루션은 미국 내 210개 시장을 아우르는 방대한 로컬 TV 데이터를 확보하게 됐다. CCR 미디어의 로컬 채널 인프라와 애드임팩트의 광고 카탈로그, 그리고 LG의 독자적인 ACR(자동 콘텐츠 인식) 기술이 결합됨으로써, 시청자가 무엇을 보고 어떤 광고에 반응하는지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360도 통합 뷰’가 완성된 것이다.
특히 현지 맞춤형 전략이 필수적인 자동차 업계나 정치 광고 시장에서 이러한 정교한 데이터는 강력한 무기가 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경쟁사 광고 노출 빈도를 분석하거나, 유권자의 성향에 맞는 타겟팅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LG 애드 솔루션 측은 “단순한 광고 송출을 넘어, 낭비되는 예산 없이 브랜드와 시청자를 가장 의미 있게 연결하는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