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South Korea” 대신 “Republic of Korea” 사용해야 할 때

국제 사회에서 영어는 공통어로 자리 잡으며, 각국은 자국어 국명과 더불어 영어 표기명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며, 공식적으로 ‘Republic of Korea(대한민국)’라는 명칭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조차 ‘South Korea(남한)’라는 표현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는 현실은 곱씹어볼 문제다. 특히 국제 회의나 정상회담 같은 국가를 대표하는 공식 석상에서조차 ‘South Korea’라는 용어가 아무렇지 않게 쓰이는 것은 분단의 아픔을 떠나, 국격을 훼손하는 일일 수 있다.

물론 일상 대화에서 ‘남북한’을 구분하기 위해 ‘South’를 붙이는 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 그러나 외교적인 맥락이나 공무상 문서, 국제 무대에서조차 ‘South Korea’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국가의 정체성을 스스로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한 사례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 시절 첫 국방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공식 석상에서 ‘South Korea’라고 언급한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 역시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 배경엔 우리가 먼저 제대로 된 국명을 사용하지 않아 생긴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제라도 외교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이 나서서 국내외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은 물론 각종 행정 문서와 회의 자료, 언론 보도에서도 통일된 명칭인 ‘Republic of Korea’를 사용해야 한다. 언론에서도 ‘남한’보다는 ‘대한민국’ 혹은 줄여서 ‘한국’이라는 표현을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의 이름은 단순한 명칭이 아닌, 국가의 정체성과 품격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다. 개인에게 이름이 인격을 드러내는 수단이라면, 국명은 국격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매개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우리의 이름을 스스로 바로잡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