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글로벌 문화 트렌드] 이미지 기술의 정점과 건축 미학의 승리: 요코하마에서 헤브리디스까지

사진 영상 산업의 새로운 중심, 역대 최대 규모 CP+ 2026

세계 사진 및 영상 산업의 이목이 다시금 일본으로 쏠리고 있다. 오는 2026년 2월 26일부터 3월 1일까지 도쿄 인근 요코하마 퍼시피코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는 ‘CP+ 카메라 및 사진 이미징 쇼(CP+ 2026)’가 역대 최대 규모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과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했으나 현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포토키나’의 위상을 이어받아, CP+는 명실상부한 업계 최고의 이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카메라 영상 기기 공업회(CIPA)가 주관한다. CIPA는 캐논, 탐론, 시그마, 소니, OM 시스템 등 업계 거물들이 이사회에 포진해 있으며, 카메라 배터리 수명 테스트 표준 등을 제정하는 권위 있는 단체다.

이러한 업계 거대 기업들과의 긴밀한 연결고리는 CP+를 단순한 전시회 이상의 독보적인 위치로 격상시켰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경쟁 관계에 있던 여타 국제 사진 박람회들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면서 CP+의 영향력은 급격히 확대되었다. 실제로 지난 행사에서는 이례적으로 수많은 신제품 발표가 쏟아져 나왔으며, 2026년 행사 역시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아 총 148개 업체가 참가하는 등 신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주최 측은 “지난 2025년 행사에 약 5만 6천 명의 현장 관람객과 42만 명의 온라인 시청자가 참여했다”며, 이번에는 역대 가장 많은 43개의 신규 업체와 38개의 글로벌 브랜드가 합류해 그 규모를 더욱 키웠다고 밝혔다.

단순한 촬영 도구를 넘어선 시각 문화의 확장

이번 CP+ 2026의 슬로건은 “Make Your World Pop”으로, 평범한 일상이든 특별한 순간이든 사진가들이 모든 순간을 빛나게 만들도록 독려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시의 범위 또한 전통적인 카메라와 액세서리를 넘어 비디오, 편집 툴, 드론 등 촬영과 감상, 연결을 지원하는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었다. 관람객의 편의를 위해 스마트폰 QR 코드를 통한 입장 시스템을 도입해 접근성을 높였으며, 일부 우선 입장을 위한 ‘퀵 패스’ 티켓도 판매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이번 행사가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장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신제품 전시는 물론 토크 세션, 사진전, 체험형 워크숍, 독립 출판물 마켓인 ‘ZINE’ 장터 등 다채로운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인형 촬영 문화를 반영한 ‘봉제 인형 스튜디오’가 처음으로 데뷔하며, 인기 콘텐츠인 프라레일 거대 디오라마도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는 전문가부터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모두를 아우르겠다는 전략이다.

폭풍과 싸우며 빚어낸 스코틀랜드의 기적

이처럼 아시아에서 시각 예술을 담아내는 기술의 향연이 예고된 가운데, 지구 반대편 영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카메라 렌즈에 담고 싶은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 중 하나가 탄생해 화제다. 현지 채취한 돌로 지은 16만 7천 파운드(한화 약 3억 원 상당)짜리 주택이 영국의 권위 있는 건축상인 ‘2025 그랜드 디자인 올해의 집’을 수상한 것이다. 스코틀랜드 아우터 헤브리디스 제도의 해리스섬에 위치한 ‘카오찬 나 크레이그(Caochan na Creige)’가 그 주인공이다.

건축가인 앨리와 그녀의 파트너 잭은 이 외딴섬의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암석 풍경에 매료되어 직접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이 프로젝트는 진행자인 케빈 맥클라우드의 표현대로 ‘진눈깨비와 사투’를 벌이며 완성된 인간 승리의 결과물이다. 두 사람은 공사 기간 동안 현장에 거주하며 무려 아홉 번의 거센 폭풍을 견뎌내야 했다. 특히 시속 100마일(약 160km)의 강풍이 몰아친 첫 번째 폭풍 때는 지붕이 날아가는 사고를 겪었고, 여름철에는 엄청난 모기떼(midges)의 습격으로 작업을 중단해야 하는 날도 부지기수였다. 잭은 “차가 날아갈까 봐 걱정했을 정도였고, 섬의 환영치고는 아주 혹독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자연과의 조화, 척박함 속에 핀 건축 미학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 환경과의 완벽한 조화다. 앨리와 잭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 중 하나로 알려진 루이스섬의 ‘루이스 편마암’ 등 현지에서 구한 재료를 적극 활용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밀도가 높고 무거운 이 돌들을 친구이자 석공인 댄의 도움을 받아 쌓아 올리며 벽체를 완성했다. 내부는 복도 없이 거실, 주방, 침실, 욕실 등이 효율적으로 배치된 콤팩트한 구조다. 특히 135도라는 독특한 각도로 설계된 벽면은 내부 공간을 실제보다 더 넓어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를 주며, 집 안 곳곳에서 색다른 풍광을 조망할 수 있게 한다.

영국 왕립건축가협회(RIBA) 심사위원들은 이 프로젝트에 대해 만장일치로 찬사를 보냈다. 그들은 “이토록 외진 곳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그것도 건축주가 직접 시공하며 보여준 파트너십과 장인 정신은 경이로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우승 소식을 전하기 위해 방문한 케빈 맥클라우드가 후보 선정 인터뷰인 척하다가 우승 사실을 알리자, 앨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감격의 눈물을 보였다. 케빈은 이 집에 대해 “땅의 소리를 듣는 마음과 돌을 빚는 손에서 탄생한 조용하지만 확고한 에너지가 느껴진다”며 “이것이 바로 미래의 건축”이라고 극찬했다.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일본의 카메라 쇼와 원시적인 자연의 재료로 지은 스코틀랜드의 돌집, 두 이야기는 결국 ‘창조에 대한 열정’이라는 하나의 맥락에서 만나고 있다.